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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인생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노년의 사랑을 그린 영화가 개봉이 되자마자 온 가족이 보러갔던 기억이 난다. 결국 눈물, 콧물 다 빼고서야 영화관 밖을 나올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강계열 할머니와 조병만 할아버지였다. 89세 할머니와 98세 할아버지는 요즘 커플들이 커플룩을 입는 것 처럼 비슷한 한복을 맞춰입고 손을 잡고 다닌다. 이미 훌쩍 커버린 자식들은 시골을 떠나 다른 도시에서 살고 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만 집에 남아 알콩달콩 살고 계셨다. 이 영화는 특별한 스토리 없이 노년부부의 생활을 보여주고, 또 할아버지의 임종 그리고 그 이후까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는 인간극장에 등장해 방영이 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인상깊었던 편으로 자리잡았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느 젊은 커플들같이 티격태격하며 생활한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사과의 의미로 꽃을 꺾어주기도 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장난에 토라졌다가도 할아버지가 꺾어준 꽃을 보고 소녀처럼 좋아하셨다. 곱게 입은 한복의 자태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기도 하고 낙엽을 쓸던 할아버지와 장난을 치기도 했다. 그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며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잉꼬부부처럼 행복하게 살았다. 할아버지는 늘 할머니에게 예쁘다고, 곱다고 말해주는 사랑꾼이었다.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아서인지 할머니의 웃는 모습은 너무 고우셨다. 

 

이별 준비

 그렇게 잉꼬부부의 삶이 영원했으면 좋았을텐데 90대의 나이는 젊은 나이가 아니었다. 아끼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할아버지는 점점 힘을 잃으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기침소리를 들으며 걱정이 늘어만 갔다. 약을 먹고 병원을 다녀와도 할아버지는 나아지질 않으셨다. 누워있는 날이 많아졌고 기침은 날로 더욱 심해져만 갔다. 할머니는 장에 가서 아이들 내복을 구입했다. 왜 아이들 내복을 갑자기 구입하시나 의아해하면서 보았는데 알고보니 먼저 세상을 뜬 자식들을 위한 것이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에게 내복을 보이며 먼저 가게되면 꼭 입혀주라며 당부하셨다.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12명을 낳으셔서 6명을 잃으셨다고 했다. 병마, 전쟁통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수십년을 사셨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는 잊지 못하는 슬픔이었고 제대로 옷 하나 챙겨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슬픔이 무뎌질만도 한데 자식을 잃은 슬픔은 늘 생각만해도 눈물이 지어지는 슬픔이었다. 할머니는 기침을 하며 누워계시는 할아버지를 옆에 두고 말을 걸어드리기도 했고 함께 아파하기도 하셨다. 할아버지는 기침에 힘들어하시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셨다. 누워계신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아드리고 꼭 옆에 붙어서 주무셨다. 가족들은 모두 할아버지와 이별 준비를 시작했다.

 

이별 그 후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이불과 옷들을 태우기 시작했다. 평소에 입던 것들을 태워야 죽어서도 그 사람이 그 옷을 입는다고 믿으셨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셔도 걱정이 태산같으셨다. 본인이 챙겨주어야 마음이 놓이시는 듯 했다. 할아버지는 그렇게 세상을 떠나셨다.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곱게 마련해놓으신 수의를 입고 떠나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가 할아버지를 그리워하셨다.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크게만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옷을 태우고, 준비해놓은 아이들의 내복도 함께 태웠다. 먼저 가서 그리운 자식들을 만나 옷을 잘 입혀놓고 기다리고 있으라며, 자신도 꼭 따라갈테니 보고싶어도 참으라는 말도 더했다. 할머니도 보고싶은 마음을 꾹 참고 기다리겠다고 다짐하셨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이 영화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쓸쓸한 할머니의 모습으로 끝이 났다. 누구나 영원한 사랑을 꿈꾼다. 사람은 언젠가 죽기 마련이고, 다만 그 고통의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어 한날 한시에 같이 죽음을 맞이했으면 좋겠는 바램을 꿈꾼다. 몇 십년을 함께 살면서도 늘 서로를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이 보이고,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반드시 휴지나 손수건을 준비해두고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에 웃기도 하고 또 눈물 짓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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