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엄마
기차 안, 한 여인이 고향을 향해 내려간다. 그녀의 이름은 지숙. 남편과 딸의 배웅을 받고 떠나는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녀는 기차를 타고 가면서 어린시절을 회상한다. 버스기사를 하는 아버지와 자신을 끔찍히도 사랑하는 엄마,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한 집에서 살았다. 엄마는 지금 말하는 '딸바보'였다. 맛있는 것이 있으면 꼭 챙겨 놓았고 예쁜 딸이 불면 날아갈까 쥐면 꺼질까 애지중지 키웠다. 남들은 아들을 더 좋아한다고 했지만 우리 엄마만큼은 딸에 대한 사랑이 더 지극했다. 자신의 위로 언니가 있었는데 먼저 하늘에 보낸 일 탓이었을까? 시장에 가면 100원이라도 더 깎기 바빴고, 지숙은 엄마가 창피했다. 사춘기를 맞은 지숙은 엄마가 늘 촌스럽다고 생각했고 부끄러웠지만 그런 딸을 보며 엄마는 늘 웃음지었다. 가정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대들고 나온 지숙에게도 엄마는 먼저 다가가 괜찮다며 위로했다. 엄마는 지숙에게 늘 제일 친한 친구였고 든든한 빽이었다. 자라오는 내내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은 지숙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어 고향을 떠나오게 된다. 눈에 넣어도 안아픈 딸이 대학에도 떡하니 붙고 엄마는 지숙이 무척 자랑스러웠지만 딸을 멀리 보내는 마음은 애가 타기만 했다. 서울로 향하는 기차, 엄마는 지숙에게 무언가를 건넨다. 그 보따리 안에는 엄마가 한푼 두푼 아껴두었던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어른이 된 딸
지숙은 서울에서 생활을 잘 적응해갔다. 대학생활을 열심히 했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작가의 꿈을 꾸며 담배를 배우기도 했다. 엄마는 늘 지숙이 걱정되었다. 한 번씩 딸을 보러 서울에 올 때면 온갖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올라오곤 했다. 지숙은 연애를 하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사랑하는 남자친구도 생겼다. 드디어 결혼을 약속하게 되고 상견례 자리가 마련된다. 하지만 상대편 집안에서는 지숙을 반대한다. 엄마는 이렇게 예쁘고 대단한 내 딸을 반대하는 저쪽 집안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견례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엄마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 지숙은 그 사람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엄마는 딸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엄마는 상대방 집으로 찾아가 무릎을 꿇고 결혼허락을 받아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임신한 지숙, 죽을 듯이 아픈 진통을 겪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 미친듯이 아팠지만 나만큼 아파하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웃음이 났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엄마 눈엔 딸이 제일이었다. 그러던 중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다. 가끔씩 엄마를 힘들게했던 아버지를 싫어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제 홀로 있을 엄마가 신경이 쓰였지만 엄마는 늘 그자리에 있겠다고 고집한다.
엄마와의 이별
그러던 중 지숙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췌장암에 걸린 것이다. 지숙은 그 사실을 숨긴 채 엄마를 찾아간다. 연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온 딸이 의아했지만 엄마는 반갑기만했다. 자꾸만 소화를 못시키는 딸이 걱정이 되었다. 그저 사위와 싸우고 내려온 줄 알았다. 오랜만에 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들이를 하며 단풍구경을 하기도 하고 그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했다. 엄마는 자식이 힘들게 번 돈을 자신에게 쓰게 하는게 싫다며 구박했지만 딸은 엄마에게 이제 그러지말고 편히 살라고 말한다. 지숙은 엄마와 사진관에 가서 사진을 찍고 예쁜 옷을 사준다. 엄마는 오랜만에 딸과 즐기는 시간이 행복했지만 자꾸만 이상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사위에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캐묻고 울먹이는 사위에게서 딸이 췌장암 말기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엄마는 울음을 감출 수 없었다. 아직 내 눈에는 아기인데, 금쪽같은 내 아기를 먼저 보낼 수 없었다. 엄마는 울음을 터뜨리며 딸을 안심시켰다. 무슨일이 있어도 엄마가 지켜줄거라며, 엄마 허락 없이 절대 먼저 데려갈수 없다며 딸을 어루만진다. 지숙은 그런 엄마를 보며 더욱 걱정이 되고 눈물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녀에게도 딸이 있었다. 결국 그녀는 죽음을 맞았고, 엄마는 딸과 사진관에서 찍은 사진을 어루만지며 그녀를 회상한다. '엄마, 사랑해'라고 적힌 사진 속 딸의 모습에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태어나달라는 부탁을 한다. 눈물없이 볼 수 없는 이 영화를 보고 눈이 퉁퉁 부었던 기억이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다시한번 부모님의 대한 사랑을 떠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