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현실
상민은 남편을 한국에 두고 핀란드 국제학교에 아들을 보낸다. 아들과 함께 핀란드에서 사는 그녀의 아들은 장애가 있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혼자 케어하기가 힘들지만 상민은 아들이 나아질거라고 믿는다.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성장할 수 있을거라고 믿고 지극정성으로 아들을 케어한다. 한편 기홍 역시 딸을 국제학교에 보내는 아빠였다. 어느 날, 국제학교에서 북쪽으로 캠프를 떠나게 되고, 상민은 아들 혼자 보내기가 불안했다. 함께 떠나면 안되겠냐는 제안을 거절받자 혼자서라도 근처에 가고자한다. 그런 상민을 본 기홍은 그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들의 분위기는 묘하게 닮아있었다. 기홍은 상민에게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제안하고 함께 아이들이 캠프를 떠난 자리 근처로 떠난다. 하지만 곧 눈이 쌓여서 움직이기 힘들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 만난 사이지만 숲 속의 오두막에서 뜨거운 순간을 함께하게 된다. 서로 강한 인상을 받게 된 그들, 하지만 곧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많은 시간이 지난 후 한국에서의 상민은 현실로 돌아온다. 남편이 있는 한국으로 왔지만 그녀는 일을 시작했고 아들을 케어하기는 더더욱 힘들었다. 그녀가 일상 속에 있을 때 기홍이 그녀를 찾아오게 된다. 그렇게 차가운 핀란드에서 지펴졌던 그들의 사랑의 불씨는 한국에서 다시금 타오르게 되었다.
뜨거운 사랑
상민은 언니의 일을 도맡아 하는 패션회사 대표직을 맡았고 기홍은 건축 설계사였다. 상민과 기홍은 서로에게 끌림을 어쩔 수 없었다. 기홍은 지쳐있던 상민을 자꾸만 어루만져주었다. 하지만 둘은 각자의 가정이 있었다. 기홍의 아내는 술을 좋아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우울증을 겪고 있었고 딸도 그런 아내를 보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기홍은 자꾸만 상민을 찾아갔다. 아마도 서로의 차가운 현실과 그들의 상황이 많이 닮아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서로에게 많은 위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출장가는 상민을 쫒아 따라갈 만큼 기홍은 상민에게 진심이었고 상민도 사랑을 느꼈다. 그들은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고 만남은 계속되었다. 상민은 그런 기홍에게 빠져들어 남편에게도 불륜사실을 고백한 후 호텔방으로 가지만 기홍은 차마 그 문을 열지 못했다. 현실이 느껴진 기홍은 가족에게로 돌아가고 상민은 이혼을 하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핀란드에서의 모습이 그려졌다. 상민은 그 곳에서 다시 한번 기홍과 마주친다. 하지만 그의 곁에는 아내도 있고 딸도 있었다. 그녀는 그를 보며 마음이 흔들렸다. 기홍 역시 상민을 보게 되고 흔들리는 마음을 주체 할 수 없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잡는다. 상민은 이혼한 남편과 아들 종화와의 통화를 끝으로 오열을 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불륜 그리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잔잔하고 차분한 분위기에서 흘러가는 배우들의 감정선은 보는 관람객을 집중시킨다.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이라도 된 듯하게 이입을 하게 만든다. 분명 상민과 기홍이 하는 사랑은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처해진 상황, 그리고 서로에게 끌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다. 불륜을 대변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영화에서 그려지는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응원하면 안되지만 감정선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결말이 잘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생겨났다. 하지만 영화는 결말에서 이 잔잔하고도 파격적인 사랑에게 벌을 주는 듯 했다. 상민과 기홍은 결국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 사람은 가정을 지켰고, 한 사람은 가정을 버리고 나왔지만 상대방과 함께 할 수 없었다. 어쩌면 둘에게 주어진 가장 큰 벌이 아닐까 싶다. 기홍은 상민에게 직진하며 끝까지 고민을 거듭하는 상민을 위로했다. 상민은 현실을 보며 끝까지 그와의 관계를 고민하다가 마지막에서야 직진하는 스타일을 보며주며 서로 반대되는 모습이 보여졌다. 그 전개가 오히려 더욱 안타까운 마음을 들게 한다. 분명 불륜영화이지만 아름다운 핀란드의 배경과 차가운 현실, 그리고 위로받는 주인공들에게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영화임은 분명하다.